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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종이책
About This Project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생산가치가 사라진 벌레에서
책 읽기로 삶을 바꾼 사지마비장애인의 독서이야기

저자는 17년 전 신호등 불빛이 바뀌는 찰나에 가혹한 운명 앞에 무릎 꿇었고, 그것도 모자라 2008년엔 무모한 주식투자로 빚더미에 앉았다. 그래도 삶을 포기할 수 없어 궁리하다 어느 날 우연히 책을 접한다. 그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책 읽기를 해 5년 만에 1,500권을 탐독했다.

학업을 마치고 단 한 번도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영혼은 메마르고 허기져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미친 듯이 책 읽기를 했다. 더구나 절망으로 인해 힘들었는데 책에 빠져들면서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곳에서 만난 스승들은 나의 호기심과 지적 갈증을 해결해주었고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랬다. 아마도 혹독한 시련이 없었다면 책 읽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보다 무섭고 힘든 가난으로 삶에 위기가 닥치자 살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 책 읽기로 이끌었다. 책을 읽으면 지금 처한 슬픔도 잊을 수 있었고, 나보다 더한 고통과 좌절이 있어도 견디고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은 위로와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했다.

언어가 가진 힘은 위대하다. 내면 깊숙이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고,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해답을 찾는 나침반 역할도 해주었다. 그리고 다양성을 통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했다. 그러면서 내 삶도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게 되면 타인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해한다. 대개는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책은 자기생각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주변사람 도움 없어도 마음먹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독서다. 더구나 독서는 장애인이라고 차별하지 않았고 언제든 문을 활짝 열어 평등하게 대했다. 그렇게 나는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저 : 박홍서

· (현)장애인활동가 정보메신저
· (전)경상남도 척수장애인협회 수석부회장
· (전)경상남도 척수장애인협회 진주시 지회장
· (전)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 초대회장
· (전)경상남도장애인탁구협회 초대회장

글쓴이는 종합병원 원무계장으로 일하다가 2000년 12월 앰뷸런스가 뒤집히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그 일로 목뼈가 부러지고 중추신경이 끊어져 사지마비 1급 척수장애인이 됐다. 그리고 일 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와 장애인권익향상과 장애인스포츠 저변확대를 위해 애썼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중독에 빠져 빚더미에 앉고 또 한 번 좌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한 권을 접하면서 또다시 책 중독에 빠져 미친 듯이 책읽기를 했다. 그리해서 5년 동안 1,500권의 책을 읽었다. 이대로 삶을 끝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동력이 됐던 것이다. 이 책은 그때 얻은 지식과 삶에서 경험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