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칼럼

1인1책 김준호 대표가 말하는 책쓰기, 출판

저자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작성자
김 준호
작성일
2015-04-29 18:07
조회
563
스포츠 에이전트를 다룬 <제리 맥과이어>란 영화가 있다. 주연 톰 크루즈는 72명의 스포츠 스타를 관리한 전도유망한 스포츠 에이전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톰 크루즈는 회사가 이익을 줄여서라도 스포츠 선수와 보다 인간적인 교류를 확대하고 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는 기획서를 임직원에 올리게 되나 그 여파로 다음날 해고 당한다. 그 이후 주인공은 홀홀단신 한 선수의 에이전트로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성공에 이른다는 스토리다. 당시 스포츠 에이전트의 모습에 매료돼 출판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출판 에이전트를 해온지도 10년이 다되 간다. 그동안 저자를 만나서 기획하고 출판사 섭외와 관리를 맡으면서 200여권의 책을 기획 출간했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출판 에이전트에 대한 출판사의 인식부족이 컸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는 기획과 저자관리를 외부의 출판 에이전트 맡기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한 권씩 기획출판이 늘어나면서 출판사의 태도도 많이 달라져서 기획을 외주 형태로 출판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점점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곳들이 생겼다.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 저자의 현실은 '1%의 선택된 저자'와 '나머지 저자'들간의 간극이 있다. '나머지 저자‘ 입장에서 출판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작품을 성공시키기에는 힘에 부치는 측면이 크다. 이때 필자와 같은 출판 에이전트가 저자의 책을 함께 기획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콘텐츠에 맞는 출판사를 섭외한다면 책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외국은 이미 출판 에이전시가 활발하다. 조앤롤링 작가의 <해리포터>에 대해서 가능성을 알아본 영국내 출판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크리스토퍼 리틀이란 출판 에이전시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섭외한 덕분에 통해서 힘들게 출판됐고 이것이 세계적인 성공을 이뤄 조앤 롤링은 천문학적인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전업작가가 아닌 회계사였던 일본의 혼다 켄도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내는 등 외국에는 작가의 성공 뒤에 항상 출판 에이전시가 존재하고 있다.

현업으로 뛰면서 보니 외국에 못지 않게 한국의 저자들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출판사는 모험적인 기획을 채택하기 주저한다. 이른바 검증된 저자에게만 올인한다. 신인 저자가 데뷔해 저술활동을 펼치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다.
또한 출판사가 책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과 같은 저자를 부각시키려는 모든 활동은 오직 책 판매의 목적에서 이뤄지는 행위이다.
이러한 출판사의 입장은 저자와 상반되기도 한다. 저자 입장에서는 책 판매도 중요하지만 출간을 통한 본인의 브랜드 가치의 상승에 더 마음이 갈 수 있다. 일부 출판사 관계자들은 저자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도 해도 책 판매동향에 큰 도움이 안되면 저자 인터뷰 등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을 경험하면서 저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이처럼 저자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이유는 뚜렷하다.
먼저 기획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들의 경우 콘텐츠에 강하지만 출판계 흐름이나 콘텐츠 트렌드에 비교적 둔감한 편이다. 이런 기획은 전문적인 기획자들이 뒷받침을 한다면 저자 입장에서는 집필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 저자 콘텐츠가 갖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해주는 조언자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 자기계발이나 비즈니스 분야에서 콘텐츠가 확실한 전문가에는 이런 기획력이 더욱 중요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둘째, 출판사 섭외 및 행정관리 영역이다.
저자들은 보통 출판사의 계약과 인세지급 관행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관철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또 일부 출판사에서는 인세 등의 지급을 불이행하거나 갖가지 꼼수를 부리기도해 저자를 괴롭힌다. 그때 마다 저자가 작품에 몰두하지 못하고 인세정산 등에 신경을 쓰다보면 본 작품 활동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작품활동에 집중하고 나머지 행정처리는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구조가 현명하다. 또한 출판사 섭외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수 많은 출판사중에서 자신의 작품에 적합한 출판사를 저자가 혼자서 찾기에는 지치는 일이며 의기소침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운좋게 출판사를 찾아도 난생 처음 대해보는 출판권 설정 계약서와 인세율을 정하는 계약관계에서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기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출판사를 만나 어려울 수 있는데 이를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해 준다면 저자입장에서는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홍보와 강연 네트워크이다.
책을 펴내는 것에 만족하는 저자도 있지만 대개의 저자는 책을 통해서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간행 이후 홍보와 강연섭외에 적극적이다. 홍보와 강연 등은 네트워크가 절대적이다. 필자와 같은 에이전트에게는 저자수와 간행량에 비례해 강연처가 생겨나, 홍보와 강연 네트워크를 새롭게 신간을 내는 저자와 공유하고 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은 중국의 모옌이 선정됐다. 1986년 발표된 <붉은수수>를 원작으로 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이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모옌은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른 바 있다.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 한바 있다. 하지만 국내 작가중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한국에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꿈을 꾼다. 아무리 콘텐츠가 뛰어난 작가라도 주변에서 이 가치를 살려내고 대내외적으로 전파 하지 못한다면 작가와 작품의 가치가 제대로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출판계에도 저자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