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1인1책 김준호 대표가 말하는 책쓰기, 출판

저작권을 모르면 공든탑이 무너진다

작성자
김 준호
작성일
2016-03-26 18:19
조회
29
요즘 저작권이 화두다. 비단 출판계 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음악 작곡의 표절 문제는 미디어에 상시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출판계에서도 저작권 관련 분쟁이 많다.

1년에 수십권의 책을 낸다는 S 작가가 있다. 그 작가는 다작으로 유명한데, 몇몇 출판사에서는 기피 작가로 꼽히고 있다. 원래 다작을 쓰고 출판사 컨텍 역시 대량의 이메일을 보내 채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본인이 출판계약을 맺고 출간 된 도서의 내용으로 본인 이름의 다른 책을 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혹은 출판계약을 맺은 출판사와 계약해지를 정확히 안하고(받은 선인세를 돌려 주지 않고) 타 출판사와 비슷한 내용의 책을 내 원래 진행했던 출판사와 소액 재판을 벌여 벌금형을 받는 등 저작권 분쟁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저작인격권 침해 사례

K 출판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필자는 개그맨 최양락에게 <유머 코드>를 갖고 단행본 쓰기를 제안했다. 침체기를 딛고 재기를 노리던 최양락은 필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책을 쓰기로 의기투합했다. 문제는 집필이었다. 최양락의 적극적인 협조와 인터뷰를 통해서 전문작가와 공동작업을 하기로 서로 합의를 했다.

필자의 사무실에 모인 최양락과 작가 그리고 필자는 <인생은 유머러스>란 콘셉트로 기획의도를 모았고, 견본원고를 준비해서 K 출판사와 출간을 계약했다. 당시 K 출판사가 그 기획의도와 목차, 그리고 견본원고를 승인한 것은 물론이다.

집필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원래 원저자와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일이 그리 녹록하진 않다. 뚝심으로 원고를 만들어 나갔다. 최양락씨가 살아 온 이야기를 <인생은 유머러스>란 코드로 잘 풀어내 유머 콘셉트도 잘 살렸다. 초고를 출판사에 전달하고 피드백을 기다렸다.

보통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면 그 원고에 대한 피드백이 온다. 만약 원고가 콘셉트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다든가, 원고분량이 짧다든가, 아니면 원고가 좋다든가 하는 반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K 출판사에서는 가타부타 피드백이 오지 않았다. 가끔 출판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을 때 계속 검토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필자는 초고가 별 문제가 없거니 생각하게 됐다.

서너 달이 지난 후 사단이 벌어졌다. 출판사에서 OK 원고(보통 출판사 편집진에서 검토 완료한 컴퓨터상의 텍스트 원고)라며 필자에게 원고 파일을 보내왔다. 최양락 저자의 지인에게 추천사를 받아달라는 명목으로 온 원고는 애초 필자가 마감정리한 원고와 전혀 달랐다.

초고 원고는 <인생은 유머러스>란 콘셉트였고 전체 4개의 파트중 하나가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라>였다. 그런데 K 출판사 편집진이 교정한 원고는 한 파트에 불과했던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라>란 내용이 전체 뼈대를 이루는 원고였다.

K 출판사에 확인해보니 당시 사회적인 트렌드가 스토리텔링이 대세이니 상업적인 면을 고려해서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는 것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 내용을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또다른 전문 작가를 고용해 내용을 전혀 다른 것으로 뒤바꾼 것이다. 한마디로 소설을 쓴 것이다.

저자인 최양락 역시 극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비록 전문작가와의 공동작업이었지만 애초 원고는 분명 나의 이야기이다. 허나 출판사에 의해 바꿔진 원고는 내 이야기가 아니고 내 스타일도 아니다. 이건 아니다’며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제는 초고를 단지 교정교열하고 윤문한 수준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째로 바꾼 출판사의 명백한 저작인격권 침해사례로 판단해 이를 출판사에 항의했다.

저작인격권이란 다음과 같다.

 

저작인격권(著作人格權)은 저작권의 주체와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이익의 향수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서 저작재산권(著作財産權)과 구별된다. 이는 공표권(公表權), 성명표시권(姓名表示權), 동일성유지권(同一性維持權) 등으로 구성된다.

공표권은 그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이다. 성명표시권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複製物)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實名) 또는 이명(異名)을 표시할 권리이다. 동일성유지권은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題號)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이다.

 

이러한 저작인격권은 그 권리의 성질상 당연히 저작자 일신(一身)에 전속(專屬)하므로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저작자가 사망한 후에라도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K 출판사에서는 저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원고를 수정함으로써 저작인격권 중에서도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한 경우로 출판사의 명백한 귀책사유인 것이다.

그리하여 K 출판사와는 계약해지 수순을 밟았다. 귀책사유가 출판사에 있었던 만큼 저자 선인세 등은 돌려주지 않았다.

최양락 저자의 책은 그 후 대림북스에서 <두말할 필요없이 인생은 유머러스>란 제목으로 나왔다. 대림북스와 새로 계약하고나서 최양락 저자의 애초 원고를 보내니 출판사 편집진의 반응은 ‘좋은 원고 보내줘서 고맙다’였다.

저자의 원고를 검토할 때 편집자는 저자가 쓴 원고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를 무리하게 가공하려다 보면 저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 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실기를 할 수 있다.

애초 K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는 유머와 스토리를 접목한 기획을 새롭게 만들고 거기에 걸맞은 저자를 찾는 것이 맞았다. <인생은 유머러스>란 콘셉트를 수용해 놓고 유머와 스토리를 무리하게 결합한 기획과 원고를 만들려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출판 콘텐츠는 기획편집자를 통해서 다양한 출판물로 새롭게 태어난다. 하나의 음식재료도 주방장과 요리방식에 의해서 갖가지 다양한 요리로 탄생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기획편집자가 만능은 될 수 없다. 모든 원고를 기획편집자의 기준대로만 요리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때로는 앞서의 사례에서 보듯 저자를 불쾌하게 하고 출판사의 경영과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기획편집자에게도 방법은 있다. 본인이 저자로 나서면 마음대로 기획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다.

2016.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