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칼럼

1인1책 김준호 대표가 말하는 책쓰기, 출판

출판기획자가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습관

작성자
김 준호
작성일
2015-09-24 18:14
조회
1197
출판기획자가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습관

 

20대 시절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면서 습관의 중요성을 느낀 경험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기획자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7가지 습관을 정리해 보았다. 이른바 출판기획자가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습관. 모두 필자의 주관적인 제안이니 채택 여부는 여러분 마음이다.

 

- 글을 써봐야 저자의 마음을 안다

요즘은 특정한 사람만 글을 쓰는 세상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일기를 쓰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개인 미디어를 자처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적고 표현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가 책의 저자로 발탁되는 것도 이제 흔한 일이다.

기획자 역시 글을 써야 한다. 상대편과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한자성어가 있다. 글을 쓰는 경험이 쌓이면 저자의 처지가 이해되고 기획자도 탁상공론이 아닌 발로 뛰는 기획이 나올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획편집자로 몇 년 동안 출판 업무에 익숙하다보면 저자가 보내오는 원고를 좀 내려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글쓰기의 기본이 부족한 원고도 있겠지만 다년간 업무가 편집자인 사람은 원고를 보는 눈이 매우 높아져 원고가 아주 뛰어나지 않는 이상 원고에 만족하지 못한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러다보면 저자의 원고쓰기를 쉽게 생각하며 저자를 하대하기 시작하면서 목이 뻣뻣한 기획편집자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접 글을 써봐야 한다.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전과 비교해 횔씬 다양하다. 필자 역시 기획자란 직업을 본격적으로 갖기 전에 신문과 잡지에서 기사를 많이 써왔다. 20대에는 단행본 집필도 해서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집필의 어려움도 알게 해주고 저자에게 주눅들지 않게도 만들어줘 일석이조의 효과다.

저자의 속성중의 하나는 기획 편집자를 향해 마음속으로 “네가 글이나 써 봤니”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때 기획자의 집필 경험은 저자에게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더라도 집안 일을 좀 해본 사람이 도우미를 잘 관리하는 법이다.

 

- 건강과 기획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운동이 최고

만약 기획자의 길을 선택해 낮근무는 물론이고 매일 야근에 철야까지 불사했다면 필자는 기획자의 길을 포기했을 것이다.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과 사람과 조우하는 일인데 책상 앞에서 자판만 두드린다고 기획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출판계하면 술자리의 자욱한 담배 연기가 익숙한 장면이지만 그런 것에만 취하다보면 나중에 남은 것은 허약한 심신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유지를 위한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권유한다.

필자의 경우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수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빠짐없이 했으니 햇수로 8년차 됐다. 이제는 하루라도 수영을 안하면 컨디션이 나빠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어떤 후배가 말한 ‘인생에서 한 가지 운동을 평생 가지고 가면 그것도 복받는 거다’는 이야기를 십분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이 좋은 이유가 또 있다.

아인슈타인은 “왜 나는 샤워 도중에 최고의 아이디어가 떠오를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샤워나 수영 자동차 운전 같은 반복 행동들은 논리적인 뇌를 창조적인 뇌로 바꿔준다. 필자 역시 수영장에서 1Km 이상 쉬지 않고 수영을 하면서 기획 생각에 잠기는데 하루중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 가장 먼저 그 아이디어를 휴대전화 메모란에 입력한다.

각자가 생활하는 공간의 개념에서 생각해보자. 직장과 집에서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겠는가. 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산으로 가면 된다. 산을 오르면 가슴은 벅차오르지만 머리는 점점 비워짐을 느낀다. 수영이나 등산 이런 에너지가 소진되는 운동은 죽어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무실과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으로 참 좋다.

단행본 기획자로 나선 후 산책을 즐긴다. 특히 식사후의 산책은 뇌에 충분한 산소공급을 주고 뇌세포를 자극해 뇌기능이 활발해 진다고 한다. 혼자서 혹은 동료와 산책을 하다보면 사무실에서 막히던 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기곤 했다. 사무실이나 집 근처를 산책하다보면 평소에 안보이던 사물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이 기획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산책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금세기 최고 기획자중의 한명인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산책을 즐겼다. 잡스 역시 산책을 즐기며 맥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패드를 구상하고 실현해 냈다. 건강에 좋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인 규칙적인 운동을 추천한다.

 

- 취재를 통해 사람에게서 콘텐츠를 꺼내라

기획자는 저자 혹은 저자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저자를 만나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콘텐츠나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것이 취재능력이다. 보통 기자의 주업무가 취재인데 기획자의 취재능력 역시 기자들 못지 않게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신문사와 잡지사 경력이 있는데 기획자로 말을 바꿔 탄 다음에 기존의 취재력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취재력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기획자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자는 가진 콘텐츠가 다르고 또 여러 가지 스타일이 다르다. 각자에게는 정해진 팔자가 있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마다 갖고 있는 성질이 다르고 내용이 다른데 기획자가 취재를 통해서 그것들을 끄집어 내야 하는 것이다.

평범한 기획자와 비범한 기획자의 차이가 거기에 있다. 보통 저자가 갖고 있는 기획 아이디어나 원고에서 머문다면 평범한 것이지만 만약 저자도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장점을 기획자가 발견하고 이를 출판기획에 반영한다면 비범한 기획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취재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다만 기자의 취재와 기획자의 취재는 좀 차이가 있다. 기자의 취재가 특종이 목적이라 좀 거친면이 있다면 기획자는 예의를 갖추면서 부드럽게 취재에 임해야 한다. 저자는 예의와 태도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 여행을 가면 기획 아이디어가 함께 한다

몇 년 전 당시 자동차 CF의 한 장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문구가 강렬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근교라도 나가 바람을 쐬고 들어오거나 여유가 되면 국내외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의 여행이 필요하다. 혹자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타박할 수도 있다. 마감에 쫓기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 출판인들의 현실에서 여행이 가당키나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출판노동을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 아닌가. 좀 누리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자. 아니 출판노동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획 아이디어를 위해서도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여행은 필수라 본다.

좀 늦은 결혼을 한 필자가 결혼 전후를 비교해보면 여행문화가 차이가 있다. 총각시절 주말을 맞으면 술먹고 회포를 푸는 시기로 보냈다면 결혼 이후는 근교나 비교적 장거리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한편으로는 휴식을 즐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행지에서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하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롭고 기발한 기획 아이디어가 자주 떠올랐다.

어떤 분야에서 경쟁하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당해내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행을 즐기면서 기획자로서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기획 아이디어는 지천에 깔려 있다. 그걸 보고 주워 담으면 된다.

 

- 성공하려면 다른 기획자, 저자에게 점심을 사라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혼다 켄 지음/더난)는 백만장자들의 습관이나 비결을 적은 책이다. 저자 혼다 켄은 설문조사를 통해서 일본의 백만장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어떻게 축적했는지를 독자에게 상세하게 소개한다. 혼다 켄이 부자가 되려고 부자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습관이나 경험을 얻기 위해 밥을 샀듯이,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실력있는 동료 기획자와 유능한 저자에게 밥을 사라.

술자리가 더 진하지 않겠느냐고. 처음 좋게 시작한 술자리가 끝에 가서 좀 안좋게 흐르는 경향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는데 술을 먹고 이런저런 실수를 하면 멀쩡한 정신에서 수습이 어렵다. 또 친해지려다가 자기 몸만 상할 염려도 있다.

반면 밥을 먹는 것은 부담이 적다. 만원 짜리 한 두장이면 두 사람의 식사가 해결되고 오히려 영양가 있는 대화도 더 나눌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 친해진 출판사 사장과 저자, 프리랜서 기획자는 많은데 한번의 식사자리가 여느 기획회의에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는 것 보다 나을 때가 많았다.

꼭 출판관계자들과 만나라는 것은 아니다. 출판과 거리가 먼 직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공감대가 클 수도 있다. 일단 친해지기 위해서는 밥을 함께 먹는 것 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매번 밥을 사야 하냐고. 한번 밥을 사면 상대방도 답례로 밥을 산다. 그렇게 주고 받다 보면 기획 보따리도 함께 굴러온다.

 

- 실행에 강한 사람이 되자

출판계에 종사하다보면 두 부류의 기획자를 만난다. 말도 못하지만 일도 못하는 기획자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미리 판단이 가능해 기대가 별로 없기에 나중에 일로서 실망하는 법도 없다. 반면 말은 잘하는데 일은 못하는 기획자를 만나면 헷갈리고 나중에 많이 실망한다.

그럴듯한 이야기에 잔뜩 기대를 갖다가 일이 진척이 안되면 크게 실망하고 만다.

P 기획자는 여러 상식이 풍부해 기획자로서 다양한 영역의 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갖고 있다. 기획서도 곧잘 만들어 기획 아이디어가 좋다는 평판도 듣고 있었다. 그런데 P 기획자의 결정적인 약점은 결과가 안나온다는 것이었다. 기획에 맞는 섭외부터 힘드니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 애초 그의 기획서는 빈말 뿐이다.

말로는 책을 10권 이상 시리즈도 뚝딱 만드는 사람이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무슨 이유가 그리 많은지 결과를 못내다가 결국 잠수를 탄다. 그런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유유상종으로 모이게 되면 크게 사고를 치게 된다.

평소 실행에 약점을 보이는 사람들은 일단 작은 것부터 지킬 필요가 있다. 저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인세지급을 지키고, 거래처와의 약속 시간부터 지키자. 작은 일을 지키지 못하면 책 작업과 같은 큰 일을 도모 할 수 없다.

 

- 인내를 지녀야 한다.

학창시절, 성적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실감을 못했는데 기획편집일에 종사하면서 참 공감이 간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원고와 씨름하는 인내야 말로 기획자의 기본 태도라고 본다.

출판기획자의 인내는 사무실안 책상 앞에서만 판가름 되지 않는다. 저자의 원고마감 과정에서 인내는 필수적인 덕목이 되기도 한다.

H 저자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길로 인정받는 이른바 A급 저자이다. 이 저자의 원고는 그다지 흠잡을데 없는 원고이긴 한데 늘 마감이 늦었다. 처음 H 저자와 책을 진행할 때는 원고가 늦어져 당황하기도 했지만 단행본 작업 권수가 늘어나면서 적응이 됐다. 그런데 최근의 책이 원고마감을 2년여 정도 끌자 내 인내심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원고가 늦어지면 온갖 잡 생각이 난다. 결국 ‘혹시 이 저자가 원고를 쓸 마음이 없는가? H와 작업을 여기서 그만둬 버릴까’ 라고 생각이 미치기도 했지만 또 한번 속을 각오를 하고 꾹 참고 차분히 정기적인 안부 전화를 지속했다. 그 결과 원고마감도 됐고 출간 후 H 저자의 책이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릴 줄 모르는 품성의 사람이라면 출판기획자와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출판인들중 기다림의 미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들이 있다. 원고든 편집과정이든 ‘빨리빨리’만 외치는 이런 출판인들에게 베스트셀러는 빠른 것과 반비례 한다는 속성을 말해 주고 싶다.

출판기획이란 것이 단기적인 기획도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할 기획꺼리도 많다. 그리고 기획을 여러 권 진행하다보면 한 권 정도의 기획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늦어지기도 한다. 전문작가를 붙여 진행한 A 기획은 전문작가의 교체, 원저자의 사정 등으로 2년여를 끌었다. 당연히 출판사에서는 난리가 나야 하는 법. 그렇지만 해당 출판사 대표는 기다려 주었다. 끝내 그 기획은 원고가 마감돼 편집작업에 들어갔는데 출판사의 마케팅팀에서 기대가 크다고 한다. 인내의 승리다.

2015.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