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칼럼

1인1책 김준호 대표가 말하는 책쓰기, 출판

실패한 책은 반품돼 물류창고로 간다

작성자
김 준호
작성일
2015-06-03 18:09
조회
579
지난 2012년 들어 반품이 가장 많이 된 도서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 에세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렸지만 반품률 또한 가장 높았던 것이다.
실제로 그 해 교보문고 반품리스트 상위권은 베스트셀러인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스님 지음) <해를 품은 달>(정은궐 지음)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박경철 지음)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잡스> 등 독자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이 반품도 가장 많다.
이렇게 반품돼 온 책은 물류 창고로 들어간다. 베스트셀러가 독자에게 전달됐다가 갖가지 이유로 반품되기도 하지만 독자에게 가보지도 못한 반품 책도 많다.
필자가 기획한 책들 중에서 G 책이 있다. 초판 1500부를 찍었는데 6개월이 지난 후 출판사 대표에게 1천부 가까운 도서가 반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기분이 참 착잡했다.
파주에 있는 한 물류창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가지런히 정돈이 잘된 그 물류창고 한켠에 반품도서가 가득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독자에게 쥐어질 수 있는 기획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깊이 느낀 순간이었다.
반품을 이야기 하다보니 갖가지 기획의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가, ‘3할 타율이면 기획자로서 능력 있다’는 말이다. 10권 출판해 3권만 히트시켜도 능력 있는 기획자라니, 성공 보다는 실패가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출판 현실임을 시사해주는 가슴 아픈 말이다. 출판기획에 실패를 하면 반품이 생기는 것이 출판동네다. 두려워 해서도 안되겠지만 물류창고에 쌓이게 될 반품 도서를 잊지는 말아야 겠다.
저자들을 만나면 자신의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저자의 말 대로라면 물류창고에 반품 도서가 있을리 만무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독자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책, 반품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2015. 6. 3.